언어의 세계+ [유아기편 0~2세] - 아기의 첫 말
1. 아기의 언어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가 말을 시작하는 시기”를 돌 전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태내기부터 언어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태아는 임신 약 25주부터 소리를 인지하며, 특히 엄마의 목소리나 언어 리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출생 직후 아기가 모국어의 억양과 리듬에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후 2개월쯤부터는 옹알이(cooing)가 시작되고, 4~6개월 사이에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한 소리(“바바”, “다다”)가 나타난다. 이 시기의 소리는 아직 ‘의미 있는 말’은 아니지만, 발성과 조음 훈련을 위한 초기 언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아기의 언어는 단순히 말을 배우는 단계를 넘어, 소리와 인간의 관계를 배우는 감각-사회적 발달 과정이다.
2. ‘엄마’는 어떻게 첫 말이 되는가
많은 아기들이 처음 말하는 단어로 ‘엄마’나 ‘아빠’를 꼽는다. 이 단어들은 의미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발음상으로도 발화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양순음인 ‘ㅁ’, ‘ㅂ’ 계열은 입술을 사용해 쉽게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아기들이 옹알이에서 이 소리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다 부모의 반복적인 자극(“엄마~”, “엄마 여기 있지”)이 더해지면서, 이 단어는 의미 있는 단어로 고정된다. 실제로 생후 10~14개월 사이에 **첫 단어(first word)**가 등장하며, 주로 사람(엄마, 아빠), 음식(맘마), 동물(멍멍이) 등 익숙하고 감각적으로 자극적인 단어부터 시작된다. 이 시기의 언어는 단어 그 자체라기보다 감정 표현과 사회적 연결을 위한 언어적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3. 아기마다 다른 언어 발달 속도
‘언제 말을 시작하느냐’는 아기마다 편차가 크다. 보통 첫 단어는 생후 12개월 전후, 두 단어 결합은 18~24개월, 간단한 문장은 2세 후반~3세경에 나타나는 것이 평균적인 발달 흐름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개인차가 큰 범위 내의 일반적 경향일 뿐이다. 언어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언어 노출 빈도 | 부모나 보호자가 자주 말 걸어주는 환경 여부 |
감각·운동 능력 | 청각, 시각, 입주변 근육 발달 상태 |
정서적 안정감 | 애착관계의 안정성이 언어 시도에 미치는 영향 |
사회적 자극 | 또래와의 상호작용, 일상 대화 경험 등 |
언어가 늦는다고 해서 반드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8개월이 지나도록 의미 있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2세가 넘었는데도 언어 이해가 거의 없다면 전문가 상담이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비교보다 관찰, 판단보다 지속적인 언어 자극이다.
4. 언어 발달을 돕는 실천 방법
아기의 첫 말을 유도하고 건강한 언어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명료한 언어 환경이 중요하다. 예컨대 사물이나 행동을 지칭하면서 “이건 컵이야”, “물 마셔요”처럼 단순하고 짧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옹알이하거나 말을 시도할 때는 즉각적인 반응과 칭찬이 언어 동기를 강화한다. 또한 눈을 마주치며 감정을 담아 말해주는 것이 언어 + 정서 + 사회적 연결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지나치게 학습적 접근보다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대화 환경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림책 읽기, 일상 속 말 걸기, 감정 표현에 말 덧붙이기(“기분이 좋아서 웃었구나!”) 같은 실천이 큰 도움이 된다. 아기의 말은 단어 그 자체보다, 세상과 소통하려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 시작을 함께 느껴주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가장 좋은 언어 교육이 된다.
🔗 참고자료
- Kuhl, P. (2004). “Early Language Acquisition”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영유아 언어 발달 가이드
- 서울아동병원 발달클리닉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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