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은 어떤 언어를 좋아할까? 검색어의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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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세계.38-알고리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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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색창 속 언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는 매일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한다. 그러나 그 단어들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짜인 언어적 명령어다. 검색어는 실제 세계의 언어가 아니라,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전제로 한 기능 중심 언어다.
예를 들어 “공부 잘하는 법”보다 “공부 잘하는 방법 5가지”가 더 많은 노출을 얻는다. 이는 검색어에서 구체성, 수량화, 키워드 중심 구조가 작동함을 보여준다. 또한 검색 엔진은 단어의 의미보다 빈도, 위치, 클릭률, 연결성을 통해 해당 언어의 ‘유용성’을 판단한다.
즉, 검색어는 자연어인 듯하지만, 데이터 언어와 알고리즘 언어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는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더 이상 단지 사용자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의 소통 구조 안에서 선택되고 평가된다.

2.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언어의 특성

검색 알고리즘은 인간의 문장 의미보다 데이터 패턴을 더 중요시한다. 가령, 자주 검색되는 문장 구조, 유사한 단어 조합, CTR(클릭률) 높은 제목 유형 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가 어떤 표현을 선택해야 더 잘 노출될지를 결정짓는다. 예시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현 방식검색 선호도

“혼자 여행 준비”	낮음
“혼자 여행 준비 체크리스트”	높음
“맛집”	낮음
“서울 3대 맛집 추천 2024”	높음

 

알고리즘은 단순히 핵심 단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검색자의 의도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정형화된 구조를 선호한다.
‘~하는 법’, ‘~추천’, ‘TOP 5’, ‘2024 최신’ 등의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어는 이처럼 검색엔진이 해석하기 쉬운 방식으로 최적화되고, 자연스러운 언어보다 기능적인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말 잘하는 사람’보다 ‘검색되는 사람’이 되는 전략을 요구한다.

3. 검색어는 우리의 욕망을 말해준다

검색어는 단지 정보 요청이 아니라, 사용자의 욕망, 불안, 관심사를 언어로 압축한 단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영어 회화 독학”이라는 검색어는 연령, 상황, 목표, 방법이 모두 담겨 있는 작은 사회적 서사다. 이러한 언어는 ‘사용자 중심의 키워드’로서 타겟 콘텐츠 제작이나 마케팅 전략에 직접 활용된다. 네이버,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이런 다층적인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하면서도,
결국 숫자화된 패턴과 상위 노출 구조를 따르게 된다. 그 결과 검색어는 사용자 욕망의 축소판이자, 사회 전체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드러내는 데이터 언어로 작용한다. 우리는 검색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심리 지형도를 그릴 수 있으며, 이 언어는 동시에 우리 삶을 다시 구성한다.

4. 우리가 쓸 수 있는 언어, 우리가 보여지는 언어

결국 검색어의 언어는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제된 인간 언어다. 이는 언어학적으로 보면, 언어가 ‘전달’에서 ‘최적화’로 중심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진짜 쓰고 싶은 말을 써도 노출이 안 되고, 잘 검색되는 구조로 바꿔야만 누군가의 눈에 띈다. 이런 구조는 자연어의 다양성과 표현력을 제한하고, 표준화된 표현, 인기 있는 형식만이 살아남게 만든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우리는 두 가지 길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언어 구조를 이해하고, 그 틀 안에서 자기만의 언어적 창의성을 실현하는 것. 다른 하나는 기계 중심의 언어 생태계에 ‘사람의 말’이 가진 은유, 감정, 우회, 여백을 의식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는 단어는 기계에게만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짜 연결로도 작동해야 한다.

 

🔗 참고자료

• Google Search Central: How Search Works
• 네이버 데이터랩: https://datalab.naver.com
• 송길영 (2014). 『상상하지 말라』 – 검색어 분석을 통한 욕망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