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어의 세계

‘~충’, ‘~년’ 같은 조롱형 언어의 사회적 뿌리

‘~충’, ‘~년’ 같은 조롱형 언어의 사회적 뿌리
위 이미지는 본 게시물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AI 이미지입니다.

언어의 세계.45-혐오 표현은 왜 일상이 되었는가


1. 온라인에서 시작된 조롱 언어의 확산

‘맘충’, ‘급식충’, ‘틀딱’, ‘한남’, ‘김여사’...
우리 일상 속엔 너무도 쉽게 조롱과 혐오를 담은 표현들이 퍼져 있다.
이러한 언어들은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문화 속에서 생성되고, 반복 노출되며 일상어로 변형된다.
특히 ‘~충’은 ‘벌레’를 뜻하는 ‘충(蟲)’에서 파생되어,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맘충’은 일부 몰상식한 행동을 일반화시켜 모든 엄마를 공격하는 표현이 되었고,
‘급식충’은 학생들의 존재 자체를 소란스럽고 무례한 이미지로 단정짓는 단어로 굳어졌다.
이처럼 조롱형 언어는 개인을 향한 비판을 넘어서, 집단 혐오로 기능하게 된다.

2. 혐오 표현은 어떻게 ‘놀이’가 되었나?

문제는 이러한 조롱 언어들이 단순한 분노의 표출을 넘어,
“재미”와 “유행”의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충’ ‘~년’ 표현을 써야만 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유머 콘텐츠나 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롱 언어는 타인을 낮춤으로써 일시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하거나, ‘우리’라는 소속감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즉, 말은 무기이자 놀이가 되고, 웃음 속에 혐오가 섞여 유통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그냥 장난이었다”는 말로 혐오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며,
일상의 감정 표현조차 조롱과 배제로 구성되는 언어 습관이 형성된다.

3. 조롱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조롱 언어는 단순히 ‘불쾌한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과 고정관념, 위계의 언어화로 이어진다.
‘맘충’이란 말은 여성과 돌봄노동에 대한 혐오를 전제하고,
‘한남’이라는 단어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틀딱’은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하는 언어로 작동한다.
이처럼 특정 단어 하나가 사회적 낙인을 찍고, 누군가를 집단 바깥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조롱 언어는 단지 개인의 말버릇이나 인터넷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분열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언어 문제다.
무심코 쓴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지우는 상처가 될 수 있다.

4. 말이 달라져야 사회가 바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번째는 조롱 언어를 ‘유행어’로 소비하지 않는 인식 전환이다.
유머와 차별은 다르다는 것을 말과 태도로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는, 말의 힘을 정확히 인식하는 언어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다.
‘그 말, 왜 썼을까?’, ‘다른 표현으로도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언어를 통한 사회적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조롱형 언어에 맞서 싸우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차별 없는 언어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일상이 필요하다.
말은 사람을 가르고, 동시에 다시 연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쓸 수 있다.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