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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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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들 언어의 세계.53 - 언어에서 드러나는 권력 감각끼어들기의 본질은 ‘권력’일상 대화에서 누군가의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은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 급하거나 활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언어학과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끼어들기를 권력 감각이 반영된 언어적 행위로 본다. 상대방의 말을 중단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개입시키는 행동은 무의식중에 대화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특히 회의나 토론처럼 발언권이 중요한 환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중심에 서고자 하는 욕구가 언어 행동으로 표현되며, 듣는 이는 흐름을 잃고 위축되기 쉽다.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말을 더 자주 끊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젠더 권력의 구조가 언어를 통해 드러난 사례..
SNS 속 언어는 왜 점점 짧아질까? 언어의 세계.52 - 디지털 언어의 진화1. 디지털 시대, 언어의 속도전이 시작되다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SNS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짧은 문장을 선호하게 되었다. 트위터의 280자 제한, 인스타그램의 댓글 문화, 카카오톡의 빠른 대화 방식은 모두 짧은 문장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경향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최적화된 언어 사용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은 작고, 시간은 부족하며, 알림은 끊임없이 울린다. 이런 상황에서 ‘간결한 문장’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ㅇㅋ”, “ㄱㄱ”, “ㅊㅋ” 같은 초성 줄임말은 타이핑 시간과 인지 부담을 동시에 줄여준다. 또한 영상 중심의 플랫폼에서는 텍스트가 시각 ..
당신은 어떤 언어유형인가요? 언어의 세계.51 - 말하기 성향으로 보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도 있고,같은 말을 했는데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혹시 이런 적 있지?"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상대는 왜 그렇게 상처받았을까?"그건 ‘언어유형’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1. 말투는 성격을 반영할까?우리는 누군가와 처음 마주했을 때, 얼굴이나 옷차림 못지않게 말투와 말하는 방식에서 많은 단서를 읽어낸다. 같은 정보를 전해도 어떤 사람은 부드럽고 천천히 설명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빠르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말하기 스타일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 사고방식, 감정 처리 방식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 심리학적 가치가 크다. 실제로 언어심리학에서는 사람마다 고유의 말하기 성향, 즉 **‘..
어린이는 어떻게 욕을 배울까? 금기어 습득의 언어심리 언어의 세계.51 - 어린이의 욕1. 욕설도 언어다? 금기어의 언어학적 기능욕설은 흔히 비속하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언어학적 관점에서는 욕 역시 감정을 전달하는 한 형태의 ‘언어’로 간주된다. 사람은 화가 날 때 혹은 고통을 느낄 때, 즉각적으로 단어를 내뱉음으로써 감정을 표현한다. 이때 사용되는 말 중 많은 부분이 욕설이나 금기어다. 특히 욕은 감정의 강도를 높여주는 기능이 있다. 같은 불만을 말하더라도 욕을 섞어 표현할 때 그 분노나 좌절감은 훨씬 강하게 전달된다. 심지어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욕이 유대감의 표현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야 이 자식아~”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친근함이나 장난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욕은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
외국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부터? 이중언어 습득의 비밀 언어의 세계.50 - 모국어와 외국어 외국어를 빨리 배우고 싶다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할까?아니면 어릴 때부터 영어 노출을 극대화해야 할까?많은 부모들이 묻는다.하지만 뇌과학과 언어학의 대답은 조금 다르다.“모국어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그게 외국어까지 잘하는 아이로 가는 첫걸음이다. 1. 이중언어 습득은 '두 배의 언어 능력'일까?‘이중언어(bilingualism)’를 구사하는 사람은 두 가지 언어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배우는 아동은 언어 천재라는 말까지 듣곤 한다. 하지만 이중언어 습득은 단순히 단어를 두 배로 외운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는 뇌의 언어 처리 시스템이 두 언어를 모두 인지하고 구분하는 고차원적인 능력이..
언어장애와 사회 인식: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언어의 세계.48 - 언어장애1. 언어장애란 무엇인가: 단순한 발음 문제가 아니다언어장애는 단순히 말이 어눌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장애는 언어의 이해, 표현, 소리, 유창성 등 의사소통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말을 더듬는 말더듬증(유창성 장애), 단어를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실어증, 문장을 구성하지 못하는 표현 언어장애,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용 언어장애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처럼 언어장애는 뇌 손상, 청각 장애, 발달 지연,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연령대도 아동부터 성인, 노인까지 광범위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언어장애를 ‘말을 잘 못하는 아이들’ 정도로 단순화해 이해하거나, 지능 문제와 혼동하..
소수자의 언어: 장애, 이주민, 성소수자의 언어 현실 언어의 세계.47-소수의 언어1. 소수자는 왜 ‘다르게’ 말해야 할까?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은 일상에서 단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획된 언어의 경계 안에서 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지만, 수어는 아직도 많은 제도적 공공장소에서 ‘정식 언어’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주민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도 여전히 ‘외국인’ 억양이라는 이유로 언어적 배제를 경험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부족해, 늘 '설명'하거나 '숨겨야' 하는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 이처럼 소수자의 언어는 단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넘어서, 사회가 허용한 방식으로만 말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언어 현실을 드러낸다.2. 언어에는..
노인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틀딱’에서 ‘시니어’까지의 언어 정치학 언어의 세계.46-시니어 언어 정치학1. 호칭 하나가 만든 거리감“틀딱”, “노망”, “늙은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나이든 사람들을 부르는 말에 얼마나 무심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청년 세대 사이에서 흔하게 쓰이는 ‘틀딱’이라는 표현은 ‘틀니 낀 딱딱한 사람’이라는 조어에서 유래된, 매우 비하적인 단어다.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등지에서 퍼졌고, 특정 행동을 일반화하여 ‘노인 전체’를 조롱하는 데 사용되었다. 단순히 웃기자고 쓰는 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표현에는 나이 든 사람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태도가 스며 있다. 언어는 사회적 태도를 반영하고 또 생산한다. '틀딱'이라는 말 한마디에는 노인을 향한 무시, 세대 간 단절, 감정적 분노 등이 모두 얽혀 있다. 이 단어를 쓰는 순간 우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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