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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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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어떤 언어를 좋아할까? 검색어의 언어학 언어의 세계.38-알고리즘의 언어1. 검색창 속 언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우리는 매일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한다. 그러나 그 단어들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짜인 언어적 명령어다. 검색어는 실제 세계의 언어가 아니라,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전제로 한 기능 중심 언어다.예를 들어 “공부 잘하는 법”보다 “공부 잘하는 방법 5가지”가 더 많은 노출을 얻는다. 이는 검색어에서 구체성, 수량화, 키워드 중심 구조가 작동함을 보여준다. 또한 검색 엔진은 단어의 의미보다 빈도, 위치, 클릭률, 연결성을 통해 해당 언어의 ‘유용성’을 판단한다.즉, 검색어는 자연어인 듯하지만, 데이터 언어와 알고리즘 언어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는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더 이상 단지 사용..
언어로 분열되는 사회: 말이 증오를 부른다면 언어의 세계.37-언어의 분열1. 언어는 단지 소통이 아니라 힘의 구조다우리는 흔히 언어를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언어는 그 자체로 현실을 구성하고, 사회적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어학자 피에르 부르디외(Bourdieu)는 언어를 ‘상징적 권력’이라 부르며, 발화하는 위치와 맥락이 언어의 힘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언론의 단어 선택은 여론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힘의 구조는 때로 특정 집단이나 이념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귀족노조’, ‘맘충’, ‘틀딱’ 같은 단어들은 단순한 별칭이 아니라,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와 분열을 조장하는 언어적 도구다. 언어는 그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
댓글의 언어: 익명성과 공격성의 관계 언어의 세계.36-익명성의 언어“이걸 왜 올려요?”“진짜 한심하다.”온라인 기사나 영상, SNS의 댓글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흔히 본다.현실에서는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이 댓글 창에서는 쉽게 쏟아진다.그 이유는 단순한 감정 배출이 아니라,‘익명성’이라는 심리적 장치가 언어를 바꾸기 때문이다.1. 온라인 댓글은 왜 종종 공격적인가?인터넷 댓글은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이자, 때로는 언어적 폭력의 출발점이 된다.특히 뉴스 기사,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익명 댓글은 지나 친 조롱, 비난,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현실에서라면 감히 하지 못할 말을 쏟아낸다. ..
챗GPT도 언어를 ‘이해’하는 걸까? 인공지능과 언어의 한계 언어의 세계.35-AI의 언어우리는 챗GPT와 대화하면서 종종 착각한다.“얘는 내 말을 알아듣고 있는 걸까?”질문에 대답하고, 논리를 따라오고, 감정까지 헤아리는 듯한 문장을 뱉는 AI.하지만 이건 정말 ‘이해’일까?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아는 언어와 같을까?1. 인공지능은 ‘언어’를 이해하고 있을까?인공지능 언어모델, 특히 챗GPT처럼 대화형 AI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얘는 진짜 ‘이해’하고 있는 걸까?”겉보기엔 AI가 사람처럼 질문을 받아들이고, 대답도 조리 있게 한다. 그러나 언어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것을 ‘언어 처리’와 ‘언어 이해’의 차이로 구분한다. AI는 통계적 패턴과 확률 기반 알고리즘으로 문맥에 맞는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 그 문장의 ‘의미’를 인지하..
언어장애와 사회 인식: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언어의 세계.34-언어의 장애1. 언어장애란 무엇인가: 단순한 발음 문제가 아니다언어장애는 단순히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장애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 이해, 표현,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모두 포함한다. 말더듬(stuttering), 음운장애(phonological disorder), 실어증(aphasia), 자폐 스펙트럼 내 언어 지연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아동기에는 언어 발달 지연으로, 성인기에는 사고나 뇌 손상 후 실어증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언어장애는 외견상 큰 신체 장애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단순한 ‘말이 느린 사람’, ‘소심한 사람’으로 오해된다. 하지만 이들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제한이 있으며, 사회적 ..
아기는 왜 ‘엄마’부터 배울까? 언어 발달의 시작 언어의 세계.33-언어의 발달 시작1. 언어 습득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사람은 태어나서 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이미 ‘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태아는 임신 약 7개월 무렵부터 외부 소리를 인지하며,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는 출생 직후부터 자신의 모국어의 억양 패턴을 구별할 수 있고, 낯선 언어보다 익숙한 리듬의 언어를 선호한다. 즉, 언어 습득은 출생 이후가 아닌 태내 경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엄마’라는 단어는 의미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소리 구조상도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엄마’는 파열음보다 습득이 쉬운 양순음(m, b, p) 계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발달 초기의 아기 입모양과도 잘 맞는다. 따라서..
사고와 언어: 우리가 생각을 ‘단어’로 하는 이유 언어의 세계.32-언어와 사고“언어 없이도 생각할 수 있을까?”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깊은 언어학적 질문이다.우리는 매일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걸 말로 꺼낸다.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생각 자체가 이미 '말'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1. 우리는 언어 없이 사고할 수 있는가?많은 사람들은 “말은 못 해도 생각은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일어난다. 뭔가를 고민하거나 상상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말을 떠올리고 문장을 구성하며, 때로는 내면의 독백으로 논리를 정리한다. 이를 언어심리학에서는 ‘내면 언어(inner speech)’라고 부른다. 러시아 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는 사고가 언어로 전환되면서 고차 인지 기..
색깔 이름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색채어의 진화 언어의 세계.31-색과 언어1. 색 이름은 순서대로 생겨났다색깔을 지칭하는 단어는 문화와 언어마다 차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색 이름이 무작위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순서를 따른다는 것이다. 언어학자 브렌트 버린(Berlin)과 폴 케이(Kay)는 전 세계 100여 개 언어를 조사해, 모든 언어에서 색 이름이 생기는 순서에는 보편적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가장 먼저 생기는 색 이름은 ‘흑(검정)’과 ‘백(하양)’이며, 다음은 ‘적(빨강)’, 그다음은 ‘청(파랑/초록)’이나 ‘황(노랑)’ 등이다. 이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된 색상, 예컨대 ‘갈색’, ‘분홍’, ‘회색’ 순으로 언어에 등장한다. 이 연구는 1969년에 발표된 『Basic Color Terms』에서 정리되었으며, 이후 언어학,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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