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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편] 말이 늦는 아기, 걱정해야 할까? 언어 지연 체크리스트 언어의 세계+ [유아기편 0~2세] - 아기들의 언어 지연1. ‘말이 늦다’는 무엇을 의미할까?아기가 또래보다 말을 늦게 시작하면 많은 부모들이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언어 발달에는 개인차가 존재하며, 단순히 말을 빨리 시작한다고 해서 언어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12~15개월 사이에 첫 단어가 나오고, 18~24개월에는 단어 결합이 시작되며, 36개월쯤이면 간단한 문장을 말하는 것이 평균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이 범위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며, 생물학적 성숙, 감각 발달, 정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 말이 늦는다는 판단은 단순히 ‘말을 못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언어 이해 능력, 발화 의지, 사회적 반응까지 고려한 총체적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말 대신 제스처나 울음으..
[유아기편] ‘엄마’, ‘아빠’보다 먼저 배우는 말? 초기 단어 습득의 비밀 언어의 세계+ [유아기편 0~2세] - 아기들의 초기 단어1. 아기의 첫 단어, 모두가 ‘엄마’는 아니다많은 부모들은 아기의 첫 말이 ‘엄마’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단어가 먼저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멍멍이’, ‘빠빠이’, ‘맘마’, ‘까까’ 같은 단어들이 ‘엄마’보다 먼저 등장하는 일이 흔하다. 이는 아기가 의미를 연결하기 쉬운 단어, 즉 자극이 강하고, 자주 반복되며, 반응이 즉각적인 단어를 우선적으로 습득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부모의 이름은 매일 듣지만, 그것이 구체적 행동이나 자극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습득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반면 ‘맘마’는 배고플 때마다 먹는 음식과 연결되어 있고, ‘멍멍이’는 시각적 자극과 음향을 함께 제..
[유아기편] 아기의 첫 말은 언제 시작될까? 언어의 세계+ [유아기편 0~2세] - 아기의 첫 말1. 아기의 언어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많은 사람들이 “아기가 말을 시작하는 시기”를 돌 전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태내기부터 언어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태아는 임신 약 25주부터 소리를 인지하며, 특히 엄마의 목소리나 언어 리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출생 직후 아기가 모국어의 억양과 리듬에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후 2개월쯤부터는 옹알이(cooing)가 시작되고, 4~6개월 사이에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한 소리(“바바”, “다다”)가 나타난다. 이 시기의 소리는 아직 ‘의미 있는 말’은 아니지만, 발성과 조음 훈련을 위한 초기 언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아기의 언어는 단순히 말을 배우는 단계를 넘어, 소리와 인간의 관계를 배우는..
디지털 원주민의 언어: Z세대 말투 분석 언어의 세계.43-신세대의 언어1. 디지털 환경이 언어를 바꾼다Z세대(1995년~2010년 출생)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들은 글보다 이미지를 먼저 접하고, 긴 문장보다 짧은 메시지를 선호하며, 속도감 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언어 사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장을 끝맺지 않고 “그래서..”처럼 여운을 남기거나, “~했눈데”, “완전 ㄱㅇㅇ”처럼 비표준 철자와 음운 변형을 활용한다. 이는 단지 유행이 아니라, 자기 표현을 극대화하고 감정을 암시하는 언어적 전략이다. 언어학적으로는 이런 방식이 문어체와 구어체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매체 안에서 텍스트는 음성, 표정, 맥락을 대신해야 하기에 Z세대는 언어를 훨씬 유연하게, 감..
밈(meme)의 언어학: 짧은 말로 웃기기 언어의 세계.42-밈의 언어1. 밈은 왜 짧고 강한가밈(meme)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를 복제하듯, 밈은 사회적·문화적 정보를 빠르게 복제하고 확산하는 단위다. 특히 인터넷 밈은 문자, 이미지, 영상, 그리고 그 속의 ‘짧은 말’로 구성된다. “그건 좀 에바야”, “이게 나라냐”, “선 넘네” 같은 표현은 짧지만 강렬한 반응을 유도하며, 공감과 웃음을 압축한 언어 코드로 작동한다. 이들은 특정 문법이나 논리보다는, 맥락과 경험의 공유에 의존한다. 즉, 밈의 언어는 기억에 잘 남고, 쉽게 전파될 수 있으며, 감정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다. 이는 전통 언어학적 관점에서 ‘효율성’보다는 ‘정서적 가치와..
인터넷 줄임말은 언어 파괴일까, 진화일까? 언어의 세계.41-언어의 줄임말1. 줄임말, 새로운 언어적 감각의 탄생인터넷 세대의 언어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짧고, 빠르고, 맥락 중심적이다. “ㅇㅋ”, “ㄱㄱ”, “ㅂㅂ”처럼 초성으로 축약하거나, “JMT”, “TMI” 등 외래어를 줄여 쓰는 방식은 이제 대화의 일상이다. 이러한 줄임말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이 요구하는 언어적 경제성과 반응 속도에 맞춘 전략적 변화다. 언어학적으로 이는 '언어의 탈문법화(degrammaticalization)' 현상으로도 읽힌다. 기존의 문법 규칙보다는 상호 이해 가능성과 맥락 인지력이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줄임말은 원형 단어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정, 뉘앙스, 집단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표현 수단이다. 즉, 줄임말은 단순히 ‘..
침묵도 언어일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힘 언어의 세계.40-침묵의 언어1. 말하지 않아도 말은 전해진다우리는 흔히 ‘언어’를 말이나 글처럼 문자화된 소통 수단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실제로 말에 의존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언어학자 메러비언(Albert Mehrabian)은 인간이 감정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수단 중, 말의 내용은 7%에 불과하고, 음성(억양, 속도 등)이 38%, 비언어적 요소(표정, 몸짓, 침묵 등)가 55%를 차지한다고 제시했다. 이 비율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말보다 말이 아닌 것이 더 많이 말한다’**는 원칙은 다양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지된다. 특히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의도와 감정을 담은 언어적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 거절, 분노, 동의, 애도, 혹은 무력감까지 ..
같은 말 다른 뜻: 오해를 부르는 언어의 다의성 언어의 세계.39-오해의 언어1. 다의어란 무엇인가?언어는 놀라울 만큼 유연하다.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현상을 ‘다의성(polysemy)’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눈’이라는 단어는 ‘신체 기관’도,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결정’도 의미할 수 있다. 이런 다의어는 언어를 풍부하게 하지만, 때로는 문맥이 불분명하거나 문화적 배경이 다를 때 오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언어학에서는 다의어를 의미장(semantic field) 안에서 분류하고, 중심 의미(core meaning)와 주변 의미(extended meaning)로 나눈다. 이는 인간이 단어를 고정된 뜻으로 기억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의어는 우리가 사고를 얼마나 은유적, 유추적 방식으로 확장하..
알고리즘은 어떤 언어를 좋아할까? 검색어의 언어학 언어의 세계.38-알고리즘의 언어1. 검색창 속 언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우리는 매일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한다. 그러나 그 단어들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짜인 언어적 명령어다. 검색어는 실제 세계의 언어가 아니라,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전제로 한 기능 중심 언어다.예를 들어 “공부 잘하는 법”보다 “공부 잘하는 방법 5가지”가 더 많은 노출을 얻는다. 이는 검색어에서 구체성, 수량화, 키워드 중심 구조가 작동함을 보여준다. 또한 검색 엔진은 단어의 의미보다 빈도, 위치, 클릭률, 연결성을 통해 해당 언어의 ‘유용성’을 판단한다.즉, 검색어는 자연어인 듯하지만, 데이터 언어와 알고리즘 언어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는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더 이상 단지 사용..
언어로 분열되는 사회: 말이 증오를 부른다면 언어의 세계.37-언어의 분열1. 언어는 단지 소통이 아니라 힘의 구조다우리는 흔히 언어를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언어는 그 자체로 현실을 구성하고, 사회적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어학자 피에르 부르디외(Bourdieu)는 언어를 ‘상징적 권력’이라 부르며, 발화하는 위치와 맥락이 언어의 힘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언론의 단어 선택은 여론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힘의 구조는 때로 특정 집단이나 이념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귀족노조’, ‘맘충’, ‘틀딱’ 같은 단어들은 단순한 별칭이 아니라,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와 분열을 조장하는 언어적 도구다. 언어는 그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
댓글의 언어: 익명성과 공격성의 관계 언어의 세계.36-익명성의 언어“이걸 왜 올려요?”“진짜 한심하다.”온라인 기사나 영상, SNS의 댓글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흔히 본다.현실에서는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이 댓글 창에서는 쉽게 쏟아진다.그 이유는 단순한 감정 배출이 아니라,‘익명성’이라는 심리적 장치가 언어를 바꾸기 때문이다.1. 온라인 댓글은 왜 종종 공격적인가?인터넷 댓글은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이자, 때로는 언어적 폭력의 출발점이 된다.특히 뉴스 기사,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익명 댓글은 지나 친 조롱, 비난,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현실에서라면 감히 하지 못할 말을 쏟아낸다. ..
챗GPT도 언어를 ‘이해’하는 걸까? 인공지능과 언어의 한계 언어의 세계.35-AI의 언어우리는 챗GPT와 대화하면서 종종 착각한다.“얘는 내 말을 알아듣고 있는 걸까?”질문에 대답하고, 논리를 따라오고, 감정까지 헤아리는 듯한 문장을 뱉는 AI.하지만 이건 정말 ‘이해’일까?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아는 언어와 같을까?1. 인공지능은 ‘언어’를 이해하고 있을까?인공지능 언어모델, 특히 챗GPT처럼 대화형 AI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얘는 진짜 ‘이해’하고 있는 걸까?”겉보기엔 AI가 사람처럼 질문을 받아들이고, 대답도 조리 있게 한다. 그러나 언어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것을 ‘언어 처리’와 ‘언어 이해’의 차이로 구분한다. AI는 통계적 패턴과 확률 기반 알고리즘으로 문맥에 맞는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 그 문장의 ‘의미’를 인지하..
언어장애와 사회 인식: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언어의 세계.34-언어의 장애1. 언어장애란 무엇인가: 단순한 발음 문제가 아니다언어장애는 단순히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장애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 이해, 표현,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모두 포함한다. 말더듬(stuttering), 음운장애(phonological disorder), 실어증(aphasia), 자폐 스펙트럼 내 언어 지연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아동기에는 언어 발달 지연으로, 성인기에는 사고나 뇌 손상 후 실어증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언어장애는 외견상 큰 신체 장애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단순한 ‘말이 느린 사람’, ‘소심한 사람’으로 오해된다. 하지만 이들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제한이 있으며, 사회적 ..
아기는 왜 ‘엄마’부터 배울까? 언어 발달의 시작 언어의 세계.33-언어의 발달 시작1. 언어 습득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사람은 태어나서 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이미 ‘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태아는 임신 약 7개월 무렵부터 외부 소리를 인지하며,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는 출생 직후부터 자신의 모국어의 억양 패턴을 구별할 수 있고, 낯선 언어보다 익숙한 리듬의 언어를 선호한다. 즉, 언어 습득은 출생 이후가 아닌 태내 경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엄마’라는 단어는 의미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소리 구조상도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엄마’는 파열음보다 습득이 쉬운 양순음(m, b, p) 계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발달 초기의 아기 입모양과도 잘 맞는다. 따라서..
사고와 언어: 우리가 생각을 ‘단어’로 하는 이유 언어의 세계.32-언어와 사고“언어 없이도 생각할 수 있을까?”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깊은 언어학적 질문이다.우리는 매일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걸 말로 꺼낸다.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생각 자체가 이미 '말'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1. 우리는 언어 없이 사고할 수 있는가?많은 사람들은 “말은 못 해도 생각은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일어난다. 뭔가를 고민하거나 상상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말을 떠올리고 문장을 구성하며, 때로는 내면의 독백으로 논리를 정리한다. 이를 언어심리학에서는 ‘내면 언어(inner speech)’라고 부른다. 러시아 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는 사고가 언어로 전환되면서 고차 인지 기..
색깔 이름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색채어의 진화 언어의 세계.31-색과 언어1. 색 이름은 순서대로 생겨났다색깔을 지칭하는 단어는 문화와 언어마다 차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색 이름이 무작위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순서를 따른다는 것이다. 언어학자 브렌트 버린(Berlin)과 폴 케이(Kay)는 전 세계 100여 개 언어를 조사해, 모든 언어에서 색 이름이 생기는 순서에는 보편적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가장 먼저 생기는 색 이름은 ‘흑(검정)’과 ‘백(하양)’이며, 다음은 ‘적(빨강)’, 그다음은 ‘청(파랑/초록)’이나 ‘황(노랑)’ 등이다. 이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된 색상, 예컨대 ‘갈색’, ‘분홍’, ‘회색’ 순으로 언어에 등장한다. 이 연구는 1969년에 발표된 『Basic Color Terms』에서 정리되었으며, 이후 언어학,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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